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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디르 또는 싸마 라말라에서 파는 생수, 가디르 가디르는 바그다드의 알 마시텔에서 만난 알리라는 꼬마가 지어준 이름이다. 우연히 여기서 가디르를 발견하고, 와~! 괴성을 질렀다. 이제 여기서 가디르라고 날 부르는 사람은 극소수다. 너무 어려운 이름이라, 내 발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곰이 소개한 아드난이라는 청년 정도다. 그는 지금도 가디르라는 이름을 알 뿐이다. 그리고 오자마자 만난 팔레스타인 청년한테 새 이름을 받았기 때문에, 이후에 만난 팔레스타인 사람은 새 이름을 부른다. 싸마. 하늘. 뭐 나랑 그닥 어울리는 것 같지도 않고, 발음이 대따 어려운 가디르라는 이름에 아주 애착이 있기 때문에 그 이름이 아주 아주 가슴 절절하지는 않다. 그래도 좋다. 아주 쉽기도 하지만, 어쩐지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기억할 수 있는.. 2009. 12. 15.
여기는 팔레스타인. 사람도 많고, 거리는 복잡복잡하고, 익숙한 석류 주스를 마시고, 엇비슷한 팔라페를 먹고. 그렇다. 며칠 만에 디카는 망가져서, 오늘은 종일 하나도 못 찍었고. 끊임없이 뭔가 건물이 올라가고 있고, 사람들은 재패니즈? 차이니즈? 물어보고 급기야 라, 코리!!! 외치는데, 내가 왜 굳이 그렇게 한국 사람인지 밝히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네. 거 참. 그러니까 여기는 팔레스타인. 날씨가 참 쨍하게 좋았는데, 오늘부터 이렇게 비가 많이 오네. 앞으로, 예루살렘, 베들레헴, 나블루스, 헤브론, 하이파 이렇게 어디 어디 어디를 가게 됨. 같이 있는 한국 사람도 많고, 라말라 거리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많고 사람이 참 많음. 참, 난 여기서 또 타로를 쳤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리더쉽이 있다는 소리를 들음. .. 2009. 12. 8.
몇 가지 익숙한 패턴 1단계 - 시작 호기롭게, 또는 대책없이 외치고, 마음을 쉽게 먹는다. 2단계 - 과정1 곧, 약간의 근심과 후회. 괜찮을까, 가도(또는 해도) 될까. + 대책없는 상황을 업그레이드 시킨 시간과 운명 앞에 순응하는 자의 자세. '될 대로 되라지.' 또는 '운명의 수레바퀴에 이 몸을 던지겠어!' 3단계 심한 근심, 걱정, 대책없음에 대한 질책 괜히 그랬어. 어쩔라고. 그리고 생각 안 하기 시작함. 완벽한 '뭐, 어떻게 되겠지.' 멍청한 낙관주의자, 또는 방관자, 또는 또는 또는.... 4단계. 구체적인 준비와 함께 구체적인 상황, 시놉시스 설정 시작 좀 두근거리기 시작 그리고 새로운 근심 급 발생 예를 들어, 아, 사람이 너무 많아. 아, 단체 활동 싫어. 아, 나는 답사도 한 번 안 갔다고. 아, 나는 .. 2009. 12. 1.
고별 촬영 내년 2월이면 꼬박 3년을 채웠겠지만, 이래저래 해서 그걸 못 채우고 학원을 그만두면서 고별 촬영. 내가 우리 학원을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건, 주변인들에게 여러 번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기도 했는데 아주 단순하게 풍경 때문이었다. 월급이 많다던지, 복지가 좋다던지, 아이들이 아주 착하다던지, 공부를 잘 한다던지 이런 저런 여러 가지 것들이 물론, 괜찮은 점도 분명 있었지만, 학원을 그만 두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학원을 그만두면 그 동네 갈 일이 없을테고, 그러면 오고 가면서 본 풍경들, 교무실 내 자리에서 보는 풍경도 학원과 함께 사라질테니, 서글펐다. 그래서 고별 촬영. 내 자리. 수학 선생님의 등이 조금 보이네. 약간 난장판. 그러니까, 지리산 갔다 온 뒤로는 저렇게 바탕 화면에 지리산 풍경이 있었.. 2009.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