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53 낡은 집 낡은 집 - 이용악 날로 밤으로/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손손에 물려줄/은동곳도 산호 관자도 갖지 못했니라. 재를 넘어 무곡을 다니던 당나귀/항구로 가는 콩실이에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 지 오랜/외양간엔 아직 초라한 내음새 그윽하다만 털보네 간 곳은 아무도 모른다. 찻길이 놓이기 전/노루 멧돼지 쪽제비 이런 것들이 앞뒤 산을 마음놓고 뛰어다니던 시절 털보의 셋째아들은/나의 싸리말 동무는 이 집 안방 짓두광주리 옆에서/첫울음을 울었다고 한다. “털보네는 또 아들을 봤다우/송아지래두 불었으면 팔아나 먹지” 마을 아낙네들은 무심코/차가운 이야기를 가을 냇물에 실어 보냈다는 그 날 밤 저릎 등이 시름시름 타 들어가고/소주에 취한 털보의 눈도 일.. 2009. 10. 13. 이전 1 ··· 36 37 38 3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