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말라에서 파는 생수, 가디르
가디르는 바그다드의 알 마시텔에서 만난 알리라는 꼬마가 지어준 이름이다.
우연히 여기서 가디르를 발견하고, 와~! 괴성을 질렀다. 이제 여기서 가디르라고 날 부르는 사람은 극소수다. 너무 어려운 이름이라, 내 발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곰이 소개한 아드난이라는 청년 정도다. 그는 지금도 가디르라는 이름을 알 뿐이다. 그리고 오자마자 만난 팔레스타인 청년한테 새 이름을 받았기 때문에, 이후에 만난 팔레스타인 사람은 새 이름을 부른다.
싸마. 하늘.
뭐 나랑 그닥 어울리는 것 같지도 않고, 발음이 대따 어려운 가디르라는 이름에 아주 애착이 있기 때문에 그 이름이 아주 아주 가슴 절절하지는 않다. 그래도 좋다. 아주 쉽기도 하지만, 어쩐지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거의 잊고 있었던 기억이, 스물스물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일종의 기시감 같다고나 할까.
아랍 사람들을 만나서도 아니고, 익숙한 모스크를 봐서도 아니고, 차와 나르길라(물담배)로 므흣하게 해주는 찻집을 만나서도 아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숙소에서 바라보는 정경.
사진은 주방에서 보는 풍경이라서 결정적으로 날 기시감에 몰아넣은 풍경은 아니다.
거실에서 바라보는 풍경. 창을 열고 밖을 보면, 풀이 듬성듬성 나서 버려진 공터 같은 곳이 내려다 보인다. 그리고 그 뒤에 집들.
암만의 내 방에서 내려다 보던 창밖 풍경과 아주 흡사하다. 그 속에 꼬질꼬질한 염소 몇 마리만 놓으면 딱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던 닭들은 바그다드를 생각나게 하고, 시간만 되면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기도를 알리는 모스크의 아잔.
숙소에 바글바글한 사람들, 암만에서 같이 지냈던 몇몇의 사람을 떠올릴 정도로 익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몇몇의 사람들.
아, 어디있는 거야. 여기는 어디야. 도대체 몇 년도인거야.
딱 두 달만 살라고, 팔레스타인 작가 자카리아 아저씨가 그러고
딱 한 달만 살라고, 나블루스 버스 정류장에서 안내하던 아저씨가 그러고
암튼... 그런다. 그러면 아랍어가 일취월장할 거라고 부추긴다.
나름 열심히 노력했건만 다시 입과 귀가 멀어버려 영어가 안 되는 나는, 오히려 5년 동안 배웠던 아랍어가 한 마디씩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허허. 물론, 사실, 장 볼 때 숫자를 말하는 정도였지만, 영어가 남들처럼 안 되는 나한테는 일종의 '생존'과 비슷하다.
라말라에서 딱 두 달 이건 한 달 이건 살기에는 물가도 비싸고 사람들도 바글바글하다.
시내를 걸어다닐 떄는 늘 바쁘고, 정신없고, 빠르게, 빠르게, 빠르게 움직인다.
딱 두 달이건, 한 달이건
인사하는 식당의 청년이 생기고, 슈퍼 주인이 생기는 경험을 만드는 데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도 나는 지나면서 인사하는 알 마나라 식당의 청년이 있고, 술을 파는 청년이 있다.
기간보다는 일상적인 관계들이 더 남는다.
우연히 여기서 가디르를 발견하고, 와~! 괴성을 질렀다. 이제 여기서 가디르라고 날 부르는 사람은 극소수다. 너무 어려운 이름이라, 내 발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곰이 소개한 아드난이라는 청년 정도다. 그는 지금도 가디르라는 이름을 알 뿐이다. 그리고 오자마자 만난 팔레스타인 청년한테 새 이름을 받았기 때문에, 이후에 만난 팔레스타인 사람은 새 이름을 부른다.
싸마. 하늘.
뭐 나랑 그닥 어울리는 것 같지도 않고, 발음이 대따 어려운 가디르라는 이름에 아주 애착이 있기 때문에 그 이름이 아주 아주 가슴 절절하지는 않다. 그래도 좋다. 아주 쉽기도 하지만, 어쩐지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알 페이루즈 아파트, 라말라 거처
거의 잊고 있었던 기억이, 스물스물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일종의 기시감 같다고나 할까.
아랍 사람들을 만나서도 아니고, 익숙한 모스크를 봐서도 아니고, 차와 나르길라(물담배)로 므흣하게 해주는 찻집을 만나서도 아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숙소에서 바라보는 정경.
사진은 주방에서 보는 풍경이라서 결정적으로 날 기시감에 몰아넣은 풍경은 아니다.
거실에서 바라보는 풍경. 창을 열고 밖을 보면, 풀이 듬성듬성 나서 버려진 공터 같은 곳이 내려다 보인다. 그리고 그 뒤에 집들.
암만의 내 방에서 내려다 보던 창밖 풍경과 아주 흡사하다. 그 속에 꼬질꼬질한 염소 몇 마리만 놓으면 딱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던 닭들은 바그다드를 생각나게 하고, 시간만 되면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기도를 알리는 모스크의 아잔.
숙소에 바글바글한 사람들, 암만에서 같이 지냈던 몇몇의 사람을 떠올릴 정도로 익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몇몇의 사람들.
아, 어디있는 거야. 여기는 어디야. 도대체 몇 년도인거야.
딱 두 달만 살라고, 팔레스타인 작가 자카리아 아저씨가 그러고
딱 한 달만 살라고, 나블루스 버스 정류장에서 안내하던 아저씨가 그러고
암튼... 그런다. 그러면 아랍어가 일취월장할 거라고 부추긴다.
나름 열심히 노력했건만 다시 입과 귀가 멀어버려 영어가 안 되는 나는, 오히려 5년 동안 배웠던 아랍어가 한 마디씩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허허. 물론, 사실, 장 볼 때 숫자를 말하는 정도였지만, 영어가 남들처럼 안 되는 나한테는 일종의 '생존'과 비슷하다.
라말라에서 딱 두 달 이건 한 달 이건 살기에는 물가도 비싸고 사람들도 바글바글하다.
시내를 걸어다닐 떄는 늘 바쁘고, 정신없고, 빠르게, 빠르게, 빠르게 움직인다.
딱 두 달이건, 한 달이건
인사하는 식당의 청년이 생기고, 슈퍼 주인이 생기는 경험을 만드는 데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도 나는 지나면서 인사하는 알 마나라 식당의 청년이 있고, 술을 파는 청년이 있다.
기간보다는 일상적인 관계들이 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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