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on - 존재에 대한 의문
한 사람이 태어났다. 밥을 먹고, 싸고, 잠 자며 자랐다. 행복하고, 애틋하고, 아련한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그 기억에 대한 행복하고, 애틋하고, 아련하고, 쓸쓸한 감정들을 또한 기억하며 살아왔다. 현재 그는 여전히 밥을 먹고, 싸고, 잠 자고 일하며 살아간다. 그에게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 있고,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다. 소소하든 거대하든, 또는 고민스럽든 자신의 사람, 공간, 기억, 그러니까 자신의 '삶'에 기반한 미래를 늘 고민한다. 과거와 더불어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니까 '내 삶'에 대한 고민은 있되 '내 존재'에 대한 의문은 없다. 아주 단순하게, 사람은 이렇게 살아간다.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다. 어느 한 고리가 어그러지면 혼란에 빠진다. ..
2009. 12. 29.
환수의 성좌, '결말'의 중요성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식은 좋아하지 않는다. 과정이 명쾌하고, 정의롭고, 훌륭하고 기타등등 납득이 가야, 그 과정에 의해 만들어진 결말은 더 빛이 난다. 만화책 하나 갖고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 건, 이 만화의 초반은 정말 재미있고, 기발하고, 적어도 나에게는 깊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 취향에 아주 딱 맞았다는 것은 제쳐두고라도. 뭐냐. 범우주적인 사색이라도 한 것이냐. 재미있게 읽다가, 14권 완결인 책이 10권이 넘어서도 갈피를 못잡더니, 완결편이 엉망이라는 얘기는 익히 들었어도, 그런 예상치 못한 장면에는 과정이건, 끝이건 다 필요없고 순도 100%의 분노만 들끓더군. 바보 같은 작가. 초반에는 열렬히 감탄하며 읽었다는 것을 알아주라. 그런데, 결국, 완결편을 읽고, 책을 탁 덮으며 외치..
2009.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