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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르2

무리드 바르구티 و 암만에서 지낸 지 2년이 넘어갈 즈음이었을까. 아무도 아는 사람 없던 곳에서 그나마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이 거의 한국으로 떠나고, 나는 알고 보면 누구를 만나서 인연을 트는 데 굉장히 서투른 인간이라 어디 어디 나가서 활동 범주를 넓히는 것도 쉽지 않았고, 오히려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행사들을 찾아다녔다. 아이러니하지만, 오히려 그런 데를 찾아다닌 것은 그런 곳은 누구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거나(아랍어를 배우는 인간이니까!) 누가 나에게 말을 걸까 하는(외국인이니까!) 두려움에서 좀 벗어나서 감흥을 느낄 여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려면 내 나름 '서치'를 충분히 하고, 몇 안 되는 아랍 친구들에게 미리 내 관심사를 어필해야 했으며, 나는 잘 사용하지 않는 페이스북에서 몇 군데 '좋아요' 정도는 눌러줘야 .. 2021. 2. 21.
나는 가디르 또는 싸마 라말라에서 파는 생수, 가디르 가디르는 바그다드의 알 마시텔에서 만난 알리라는 꼬마가 지어준 이름이다. 우연히 여기서 가디르를 발견하고, 와~! 괴성을 질렀다. 이제 여기서 가디르라고 날 부르는 사람은 극소수다. 너무 어려운 이름이라, 내 발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곰이 소개한 아드난이라는 청년 정도다. 그는 지금도 가디르라는 이름을 알 뿐이다. 그리고 오자마자 만난 팔레스타인 청년한테 새 이름을 받았기 때문에, 이후에 만난 팔레스타인 사람은 새 이름을 부른다. 싸마. 하늘. 뭐 나랑 그닥 어울리는 것 같지도 않고, 발음이 대따 어려운 가디르라는 이름에 아주 애착이 있기 때문에 그 이름이 아주 아주 가슴 절절하지는 않다. 그래도 좋다. 아주 쉽기도 하지만, 어쩐지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기억할 수 있는.. 2009.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