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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2013 결산

by 길 위에 있다 2014. 1. 12.

 

 

몇 달 만에 들어왔는지, 휴면 계정을 해지하란다. 깜짝 놀람.

그리고 이 결산을 해야지 마음 먹은 게 열흘이 지나는 내내 밍기적 거리는 게으름에 어처구니 없음

 

자, 2013년 결산

 

 

에프라시압 이야기, 이흐산 옥타이 아니르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28, 김유정

그 노래는 어디에서 왔을까, 공선옥

나흘, 김현수

실수하는 인간, 정소현

해협의 빛, 전혜정

서울 동굴 가이드, 김미월

 

 

영화 - 극장에서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  오멸

남쪽으로 튀어 -  임순례

러스트 앤 본 - 자크 오디아르

미스토 고 - 김용하

비포 미드나잇 - 리차드 린클레이터

송 포 유 - 폴 앤드류 윌리엄스

레미제라블 - 톰 후퍼

베를린 - 류승완

관상 - 한재림

소원 - 이준익

집으로 가는 길 - 방은진

 

 

책, 8권

영화, 11편

 

정리 안 해서, 여기에 안 적은 것을 친다하더라도, 너무, 너무, 너무 부실한 2013년이군. 게다가, 책은, 세미나를 안 하기 시작한 게 이렇게 큰 타격을 주는 것인가.

책, 정소현의 '실수하는 인간',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강추

아, '이것이 인간인가'는 아직도 안 읽은 '프리모 레비를 찾아서'를 읽으려고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아, 국어 선생) 읽어 놓은 것인데

결국 안 읽고 해를 넘겼다.

 

영화, '지슬', '소원' 강추.

 

 

그리고

작업하다 발견한, 2013년의 마지막 시

 

 

빵집

                                    - 이면우

 

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 님

우리 집 빵 사 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정하는 아이가 함께 있는 걸 알았다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

못 만나 봤지만, 삐뚤빼뚤하지만

마음으로 꾹꾹 눌러 쓴 아이를 떠올리며

 

---------------

 

읽고 또 읽다가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 님'에 웃다가

그래, 이런 애들도 있는데, 내가 시종일관 보는 아가들이란... 하고 직업적인 회의에 빠졌다가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쓴 아이의 마음에 또 웃다가

그걸 쓰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떠오르다가

그걸 보고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는' 어른의 모습이 떠오르다가

중간중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세속적인 생각에 말도 안 되게 빠져들었다가

 

일용직 노동자였다가 마흔 살이 넘어서야 시를 쓰기 시작한 시인이 궁금해졌고, 그 시집을 보고 싶었다.

뭐, 역시나, 또 마음만 그렇다가 해를 넘겼다.

이 시가 실려 있는 시집의 제목이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라는 것을 알았다.

 

해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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