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만에 들어왔는지, 휴면 계정을 해지하란다. 깜짝 놀람.
그리고 이 결산을 해야지 마음 먹은 게 열흘이 지나는 내내 밍기적 거리는 게으름에 어처구니 없음
자, 2013년 결산
책
에프라시압 이야기, 이흐산 옥타이 아니르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28, 김유정
그 노래는 어디에서 왔을까, 공선옥
나흘, 김현수
실수하는 인간, 정소현
해협의 빛, 전혜정
서울 동굴 가이드, 김미월
영화 - 극장에서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 오멸
남쪽으로 튀어 - 임순례
러스트 앤 본 - 자크 오디아르
미스토 고 - 김용하
비포 미드나잇 - 리차드 린클레이터
송 포 유 - 폴 앤드류 윌리엄스
레미제라블 - 톰 후퍼
베를린 - 류승완
관상 - 한재림
소원 - 이준익
집으로 가는 길 - 방은진
책, 8권
영화, 11편
정리 안 해서, 여기에 안 적은 것을 친다하더라도, 너무, 너무, 너무 부실한 2013년이군. 게다가, 책은, 세미나를 안 하기 시작한 게 이렇게 큰 타격을 주는 것인가.
책, 정소현의 '실수하는 인간',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강추
아, '이것이 인간인가'는 아직도 안 읽은 '프리모 레비를 찾아서'를 읽으려고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아, 국어 선생) 읽어 놓은 것인데
결국 안 읽고 해를 넘겼다.
영화, '지슬', '소원' 강추.
그리고
작업하다 발견한, 2013년의 마지막 시
빵집
- 이면우
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 님
우리 집 빵 사 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정하는 아이가 함께 있는 걸 알았다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
못 만나 봤지만, 삐뚤빼뚤하지만
마음으로 꾹꾹 눌러 쓴 아이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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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다가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 님'에 웃다가
그래, 이런 애들도 있는데, 내가 시종일관 보는 아가들이란... 하고 직업적인 회의에 빠졌다가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쓴 아이의 마음에 또 웃다가
그걸 쓰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떠오르다가
그걸 보고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는' 어른의 모습이 떠오르다가
중간중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세속적인 생각에 말도 안 되게 빠져들었다가
일용직 노동자였다가 마흔 살이 넘어서야 시를 쓰기 시작한 시인이 궁금해졌고, 그 시집을 보고 싶었다.
뭐, 역시나, 또 마음만 그렇다가 해를 넘겼다.
이 시가 실려 있는 시집의 제목이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라는 것을 알았다.
해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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