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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작별 인사

by 길 위에 있다 2011. 6. 8.

 



 

2년.
망원동에서 연남동, 합정, 홍대입구, 신촌, 증산동, 수색, 상암 등을 달렸고
방화대교와 한강대교인지 원효대교인지, 그 아래에서 담배 한 대 피우는 나를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함께 한 추억이란, 뭐니뭐니 해도, 시간과 고통을 함께 이겨냈을 때 애잔해지지 않던가.

녀석도 힘들었을테지만
또 가장 좋았던 때는 섬진강을 달렸을 때. 









김용택 시인의 시를 한 켠에 두고 편안하게 강변 옆을 따라 흘러가기도 했고



















숲길도 헤쳐 나가고





































징검다리까지 건넜다가































지친 바퀴는 순창에서 잠들지도 못하고[각주:1] 지나쳐야 했지만




































멋진 강줄기를 지그시 바라보던

낭만적인 녀석.





















속도를 내기엔,
나처럼 작고
나처럼 스펙도 부족했지만




















바다까지 오종종 달려갔던

장한 그 아이. 














예쁜 그 녀석.  






망원역 앞에서 사라지다.


없었다. 자전거가.
망원역 앞, 건너 편 자전거 거치대, 몇 바퀴를 돌았다.

하지만 없었다.

없어지니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더 절실해져서,
한 동안 얼씬도 안 하던 한강에 나가고 싶어지고
더 더워지기 전에 한강을 쌩쌩 달리고 싶기도 했다.

당장 출퇴근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상암 cgv에서 열 두 시 반에 하는 엑스맨을 보고 나면 자전거 타고 돌아와야지,
생각하다가 포기하고는


진심, 슬퍼졌다.  






 

 이렇게 예쁜 아이.
(생몰일 2009. 8, ? ~ 2011. 6. 3? 4? 5?)

 

 




 

  1. '지친 자전거는 순창에서 잠들었다.' - 김훈, 자전거 여행 中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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