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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심술과 뻔뻔함의 유쾌함

by 길 위에 있다 2012. 7. 19.

 

 

1과 2의 공통점을 3음절로 쓰시오.

 

1.

길 가는 과객 양반 재울 듯이 붙들었다 해가 지면 내어 쫓고, 양반 보면 관을 찢고, 의원 보면 침 도적질, 초상난 데 춤을 추고, 불난 데 부채질 솰솰, 고추밭에 말[馬]달리기, 비단 전(廛)에다 물총 놓기, 옹기전(廛)에다 돌팔매질, 물 이고 가는 여자 귀 잡고 입 맞추고, 수절 과부는 모함하고, 봉사 입에다 똥칠하고, 우는 애기는 더 때리고, 배 앓는 놈 살구 주고, 길가에 허방 놓고…….

 

2.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떡 잘 먹고

쌀 퍼 주고 고기 사 먹고 벼 퍼 주고 술 사 먹고

이웃집 밥부치기 동인 잡고 욕 잘 허고

초군들과 싸움허기 잠자며 이 갈기와

배 끓고 발 털고 한밤중 울음 울고

오고 가는 행인다려 담배 달라 실낭허기

술 잔뜩 먹고 정자 밑에 낮잠 자기

 

 

정답: 유쾌함

 

 

 

1은 '흥보가', 2는 '심청가'의 일부분이다. 1은 당연히 놀부의 심술이고, 2는 '심청가'에서 속터지는 심청부녀 사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뺑덕 어미의 행실을 표현한 부분이다.

 

 

봐도 봐도 재밌다. 어쩌면 저렇게 심술궂은지, 어쩌면 저렇게 뻔뻔한지. 

정말 저렇게 기발하게 심술궂고 뻔뻔하기도 힘들 듯 싶어서 키득거리다 읽다 보면, 판소리이다 보니 입으로 조용조용 따라 불러도 4.4 조의 운율감이 절로 느껴지며 재미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개운하다.

 

 

아, 저 심술, 저 뻔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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