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언제 즈음인지, '조폭적 행태'라는 말이 있었다. 조선일보에 대한 글이었던 듯 한데, 난 그 말이 참 마음에 든다. 이해불가한(물론 절대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 대부분인) 어떤 상황에 참 적절하게 쓰일 때가 있는 말이다.
1.
절차도 무시하고 곳곳에서 들쑤시기 시작.
예비타당성조사도 생략하고 국회가 예산 심의도 하기 전에 착공에 들어간 4대강 사업. 여당에서 예산안 거부하겠다고 했지만 개무시하고 삽질.
4대강 사업하니, 또 이것도 있네. '4대강 사업 때문에 삭감된 예산들' 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던데....
① (교육)대학생장학금 지원 대폭 삭감
② (복지)기초생활보장 감액
③ (중소기업)중소기업청예산(일반회계) 최악의 삭감
⑤ (지방)지방정부 지원 대폭삭감
o (교육)지방교육재정교부금 대폭삭감
o (지방)지방교부금 삭감
⑥ (농민)화학비료가격지원 전액 삭감
너무 많아서 이정도만. 이외에도 4대강 사업 시공을 재벌급에 몰아주기 식이라든지, 문제들만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고, 불만과 비판도 당연히 폭주한다. 4대강 곳곳에서는 시위 중이다. 국민 소송단을 모집중이다. 대운하 아니고 4대강이라는 말같지도 않은 말을 믿는 사람도 없거니와 설문 조사를 하면 4대강 반대가 70%를 육박한단다. (물론 난 왜 적어도 90%이상은 안 되는지 좀 의문이다만.)
하지만 모두 무시. 일단 삽질.
이만한면, 내가 생각하는 완전무결한 조폭적 행태의 원형에 가깝다.
어떠한 말도 그 조폭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어떠한 항의도, 궁시렁도, 비아냥도 완벽한 방음 헬멧에 탕탕 튕겨 나오는 꼴이다.
일단 무시하고, 행동한다.
2.
11월 18일. 아프간 추가 파병에 대한 촛불 집회가 있었다. 정확히 다시. 촛불 '문화제'
집에서 일을 하다가 느즈막히 나갔다. 그래, 좀 많이 늦었다. 7시 반에 시작하는 촛불 문화제에 8시가 넘어서야 도착했으니. 그런데 노래나 발언 소리가 들려야 하는 자리에서 고함 소리, 처벅처벅 일사분란하게 발맞추는 소리만 들린다.
그렇다. 진압되었다. 촛불 문화제. 난장판이었다.
난 당황했다.
문화제를 왜 진압해?
이래 저래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는 이렇다.
문화제가 시작되었다.
노래를 불렀다. 발언도 했겠다. 피켓도 들었다. 구호도 외쳤다.
전경들이 많았다.
사회자가 일어나자고 했단다. 아니, 앉자고 했나? 암튼간에.
일어나자고 해서 일어났다던가.
갑자기 전경이 후닥닥 들이닥쳤다.
노래를 불렀고
발언을 했고
피켓을 들었고
구호도 외쳤을 뿐.
몇 명이나 되었을까?
대규모 집회도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장소와 시간 공지가 늦게 되어 많은 사람이 모이지도 않았다.
18명이 연행되었다.
그 속에는 지인도 있었다. 전화를 해서 "어디에요?" 물으니 수서에 간다고 했다. 아, 벌써 풀려났나, 다행이다 싶어서 "집에 가요?" 물으니, 수서 경찰서요, 한다.
그는 아마도 48시간을 꽉 채우고 풀려 날 것이라고 한다.
일단 무리를 흩어 놓기 위해 연행하고 좀 멀찌감치 떨어 뜨려 놓는, 귀엽지도 않은 샤방한 방식은 요즘은 통하지 않는단다.
노래를 부르고
발언을 좀 하고
피켓을 들고
구호를 좀 외치면
기본 48시간. 먹여주고 재워줍니까?
조폭적 행태의 최고봉, 절정. 무식함.
일단 진압하고 보는, 일단 연행하고 보는, 일단 힘 자랑 하고 보는
무식함.
문화제가 끝나면 흩어졌을 테다.
그런데 조폭은 불안했던 거다. 큰 회장님이 납신다는데.
뒤가 구린 조폭은 좀 안절부절도 했다가, 귀찮기도 해서 그 업계의 유명한 대사를 날린거다.
"일단 처리해."
앞뒤를 가리지 않는 그 무식함.
어떤 의원이 그랬단다.
우리 나라는 대통령을 동물에 빗대어 비방하고, 쥐박이라고 비아냥대도 내버려 두는 나라 아니냐고. 끌려가서 고문 당하고 하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독재가 아니라'고. 그랬다나 저랬다나.
이 얘기를 듣고 전한 어떤 작가가 통탄했다.
"아, 고문을 당해야만 독재구나!!"
[11월 18일, 아프간 파병 반대 촛불 문화제 현장. 거의 진압 끝난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