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름다운 게 좋다. 감동적인 것도 좋다. 몇몇은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아니 대부분은 그렇겠지만, 난 아름다운 것에 잘 감동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것에 이야기가 있으면 더욱 감동하고 만다. 이것 저것 깊이 없는 잡스러운 지식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도 사실 이런 뒷이야기(또는 뒷담화)를 탐하다 보니 생긴 결과이다.
여느 초딩과는 다르게 대학가요제에 열광했던 애늙은이 초딩이었던 시절에,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지만 피겨 경기에 반한 적이 있었다. 아주 단순하게, 언니들이 예뻐서. 애국심이 투철했던 시기였기도 해서, 우리나라에는 왜 저런 언니들이 없나, 안타깝기도 했다. 경기를 보면서, 엉덩이를 질질 끌어 조금씩 텔레비전에 다가가던 모습이, 내가 나를 바라보는 것처럼 떠오르기도 한다. 김연아가, 짜안- 등장하고 난 후에는 잠깐씩 그 때 생각이 나서 드디어 나타났군, 생각했다. 정말 고생했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또 사람들이 들끓기 시작하는 게 짜증나서 김연아가 경기하다 넘어지기 라도 하면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이 넘어지는 실수가 가당키도 하냐.'라고 비꽜다.
난, 꼬였으니까, 이 재수없는 발언은 패스.
암튼 김연아 덕에 어떤 아가씨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고 본 그녀의 연기는 정말 아름다웠고, 난 감동받았다. 그 후에 그녀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당연하게도 난 더 감동받았다. 허허.
투란도트 공연도 감동적이지만, you raise me up은 더욱 감동적이다. 맨날 똑같은 노래에 똑같은 구성이냐, 살짝 지루해지다가도 감동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 게다가 우연히 토리노 올림픽 직후인가, 나가노에서 열린 공연의 영상을 보았다. 그 영상에서 이 아가씨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공연한다. 8년 전에 처음 나갔던 나가노 올림픽에서 사람들의 지탄을 받았을테고, 이제 금메달을 갖고 돌아왔으니 어찌 감회가 남다르지 않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