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른 세 살이다. 숫자로 써 놓으니 나름 삼삼하다.
1.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라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하지 못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지날 때에 타지도 아니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하리니
이사야 43:2
난 교회에 다니지만 열심히 다니지 않고
절대자를 믿는 편이지만, 그게 하나님인지 예수님인지 어떤 신인지,
희미해진지 오래이다.
매년 마지막날에는 송구영신 예배에 가지만, 새해 첫 기도를 받지 않은지는 까마득하다.
그냥 좀... 무섭다. 어떤 말을 듣게 될지.
올해는 교회에서 성경 구절을 뽑는 행사를 했다. 이런 행사는 또 처음이다.
모든지 뽑기에는 굉장히 신중하고, 사소한데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역시나 반주를 하는 와중에 헌금통을 뒤지고 뒤져서 아주 신중하게 성경 구절을 뽑았다.
그리고 또 절망했다.
엄마나 다른 어르신들은 좋은 구절이라고, 언제나 지켜주신다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그분들은 뒷부분에 방점을 찍었고, 난 앞부분에 방점을 찍었다는 게 다르다.
가뜩이나 심란해 죽겠는데
왜, 난, 2010년에도,
'물 가운데로 지날 때'가 있고,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하는 순간을 겪고
'네가 불 가운데로 지날 때'가 있으며, '불꽃이 너를 사르'게 하는 순간을 겪어야 하는거냐.
놀고 먹으며 근심하는 처지로 새해를 열어서, 자격지심에서 출발하는 쓸데없는 근심이라서는 아니다.
그냥... 난 저런 구절에 별로 대범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또 어떠랴.
신앙의 여부와 관련없이, 저런 성경 구절은 솔찬히 힘이 된다.
곁에 있고, 지켜주고, 봐준다지 않냐.
이럴 때 보면, 아무래도 난, 비밀스런 애정결핍 환자인 듯도.
2.
2009년 마지막 날. 어떤가 싶어 변비약을 먹어봤다가 2010년 첫 날 하루를 화장실에서 보냈고
2009년에 끝내지 못한 팔레스타인 결산을 2010년 첫 날 끝냈고
2009년 대대 두어번 들어가봤던 미니홈피에 들어가서 이사했다고 공지를 떼리고. 더 이상의 업로드 없음, 알리고.
그렇지. 새 술은 새 부대에.
삼삼한 출발 (이런 식의 응용이 가능하다니... 내 나이 마음에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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