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설

잠이 온다.

by 길 위에 있다 2010. 2. 8.


 


행사가 끝나고, 술을 퍼마셨다.
쓸 데 없는 소리를 또 많이 했고, 같잖게 호언장담을 날려서, 당연히 잠에서 깨니 욕만 나오는 상황인데
그래도 재밌었다, 라고 좀 생각하게 되는 게 
어찌나 재밌었던지 간만에 노래방에서 악을 써서 시험 기간 보다 목이 더 쉬었고
감기 걸린 것 같이 목이 쉬었어, 라고 생각하다보니
정말로 감기에 걸린 것 같아, 감기 몸살인 것 같아
몸이 아프다.


어찌나 재밌었던지
 '이 차를 다 마시면 봄나들이 가자'를 '이 차를 다 마시면 삼 차를 가자'라고 얼토당토 않게 노래를 불렀고
예전의 베스트 선배와 듀엣으로 열창했던 노래 제목이 기억 안나서 새벽 한 시에 아내와 아가와 함께 있을 선배에게 문자를 날렸다.


"그 노래 제목이 뭐였죠?"


정말로 3차를 가면서, 음주운전을 하면서, 흐느적 흐느적 자전거를 몰면서 한밤중에 고래고래
'이 차를 다~ 마시면~ 3차아~를 가자~'라고 노래했고, 그러다가
아쿠, 자전거랑 쓰러졌고.
그런 내가 너무 웃겨서 사람들이 막 웃었다.
나도 내가 너무 웃겨서, 막 웃었다.
어떻게 그런 자세로 자전거에서 떨어질 수 있는지 미스테리라고 할 정도로, 자전거 옆의 나는 양반다리 자세로 앉아 있었고, 앉아서 계속 웃었다. 무릎은 빨갛게 까졌다.


바에 가고 싶다!고 외치던 나를 위해 바를 찾아 헤맸지만 바는 다 문을 닫았고
간신히 열려 있는 술집을 찾아 들어갔는데
술을 먹다가, 얘기를 하다가, 성질이 났고 결국 화를 냈다.


내내 똥씹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너무 졸리고 기분이 나빠서 집에 가고 싶은데 그렇게 일어나면
삐져서 간 것 밖에 안 될까 봐, 끝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자꾸 잠이 온다.

'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진 씨의 몇 가지 문제점  (3) 2010.02.21
  (0) 2010.02.16
하루  (9) 2010.01.18
2010 - 33  (4) 2010.01.02
몇 가지 익숙한 패턴  (1) 2009.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