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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무진 씨의 몇 가지 문제점

by 길 위에 있다 2010. 2. 21.



객관적으로, 쿨 하게, 3인칭으로 서두를 뗐다가 싹 지우고
주관적으로, 찌질하게, 1인칭으로 서술하자면

'나'에게는 고질적인 질환들이 몇 가지 있다.
요즘들어 그 질환 및 문제점에 대해서 곰곰이, 자꾸 생각하게 되는데,
이 생각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 끄겠다고 종종 댈 때나 딱 떠오르는 생각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인 정리분석요점정리의 달인인 본인의 명예를 드높이며,
냉철함과 객관성을 유지하여
무진에 대한 그간의 한심함에 대해서 정리분석요점정리를 해볼까, 하는 것은
일이 밀려 밤을 꼴딱 새는 게 며칠 째, 파란만장하지만 졸라 재미없는 요즘이라는 나의 일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암튼, 애니웨이
무진의 일상에서 발견되는 몇 가지 문제점


1. 마감병

지인들이 익히 알고 있듯, 극심한 마감병 환자. 
넉넉하게, 낙낙하게, 날날하게, 널널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약속된 며칠 전에 끝내느라 
자꾸 밤을 새게 되는데, 밤을 샌다기 보다는, 아침에 잔다는 것이고,
어찌된 일인지, 이런 일들은 꼭 몇 개씩 겹치게 되는데
사실 이건 백 프로 무진의 잘못인 게,
시간이 넉넉, 낙낙, 날날, 널널해서 마구 일을 잡은 건데, 
온갖 것들에 홀릭하느라 시간을 흘리고 다녔던 것. 

이쯤에서 반성하며 들을 노래는 
'muse'의 'time is running out' 즈음 되겠다. (인천인 관계로 링크 없고.)


2. 중독 + '결단력' 결핍 장애 + 과대'계획'증후군

족구, 백개, 테트리스, 고스톱, 골드마이너
그리고 요즘의 스파이더 게임. 

손발을 자를 수는 없으니, 
게임의 근원지를 떠나거나(대학 졸업) 
게임을 삭제하거나(컴퓨터에서)

단적인 예를 든거지만, 이러한 게임 중독 증세를 통해서 알 수 있는 무진의 면면을 살펴 본다면 
첫째,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것. 
결정적인 순간에 무심하게 끊어내는 것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것이 무진인 듯 했지만, 
10분만, 한 번만, 한 시간만이 반복되는 게 다반사에다가 이로 인한 문제는 1번과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음을 쉽사리 짐작할 수 있고, 이는 3번과도 절대 무관하지 않음. 
한편 과도한 계획 세우기로 인해, 종종 시간대별 계획, 주간 계획을 세우고 어그러뜨리기를 반복하며
이것도 해야지, 저것도 해야지, 이것도 재밌겠다, 저것도 재밌겠다, 하지만 시간만 보내고 결국 못하는 일들이 산적하여
마음에 짐이 될뿐만 아니라
재미삼아 날린 옛뻥으로 인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도 전에, 이러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하여 그나마 남은 신뢰 또한 조만간 잃지 않을까, 심적인 위기감에 봉착한 상태이며  
술 처먹고 호기롭게 외치는 입을 꼬매야 하는 신체적인 징벌에 대해 진지하게, 땅을 치며 고민하는 날들이
나이들어 빈번해 지고 있는 게 현 상황.


3. 늦잠

이건 할 말 없음. 난, 자는 거 아주 좋아함. 정말 좋아함. 이불 속은 따뜻함. 


4. 분석

몇 가지 나열한 현상들을 볼 때, 
마감병의 증세 중 하나로 '다음에'를 남발하며 일을 미루고, 쳐 놀다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일상을 지속하다가
어울리지 않게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관계로
정리정돈 되지 않는 일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늦게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자학하다가
언제 일을 하지? 또 스트레스를 받아하다가
스트레스를 못 견뎌 쳐 놀다가, 쳐 논 것에 대해서 자학하며 쳐 놀다가
여전히 막 살다가 뒤 늦게 정신차려보니
2주일 동안의 다이어리가 빈 칸 천지인 것을 알고, '내다버릴 한 주'라고 메모하며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의식을 벌이지만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 연휴 끝물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새로운 한 주의 월요일을, 살짝 '내다버릴 한 주'의 꼬랑지에 끼워서 같이 일단 치워두는

알고보니 무진 씨는
용의주도하지만 결단력 부족한 자기합리화의 대마왕이라는 것.  




5. 이 외에....

나중에 다시 한 번 정리할 때를 생각하며, 다음 주제를 요약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자면

무진은
컴퓨터와 친하게 일을 하기에는 컴퓨터를 너무 모르며
알기에는 컴퓨터의 심오한 세계는 끝도 없고
팔레스타인에서 찍어온 영상을 편집하다가 다시 한 번 깨달았는데
다큐를 하기에는 정말 부적절한 인간인 것이
거리에서 스치고 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냥 영상에 써도 되는 거야... 라고
햄의 말대로 '문화인류학적인 고민'을 하면서 찝찝해 하는 것도 좀 별로인데
도대체가.....
두근두근 무섭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인터뷰를 못 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는 것.


속 시원하군.
역시, 글을 쓰는 건 좋다, 라고 말한 적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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