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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정초, 불안한 기운을 감지하다

by 길 위에 있다 2010. 2. 28.


오늘이 대보름이니까, 음력으로 치면 아직 정월 초.
근래, 소소한 또는 소소하다기에는 좀 버거운 몇 가지 불안한 징조를 느끼다.



요즘 내내, 일을 못 구하다.
이제, 훈장마을도 잘 안들어가고, 방과후 업체에서 졸업증명서 좀 보내달라는 것도 결국 못 보내주고 놓치다.
정말 바빠서였던 건지는 알 수 없다.
다시 열심히 찾아보면 될까?


수요일.
상암 CGV에서 '의형제'를 봤다. 그닥 재미없었다. 
영화를 보기 전 담배 한 가치를 입에 딱 무는 순간, 지난 번 학원에서 가르치던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헉. 
녀석은 담배를 무는 흉내를 내면서 남자 친구와 유유히 사라졌다.
본래 나는, 상암 근처에서는 담배를 피우는데 주의를 기울인다. 적어도 한 번은 주위를 살핀다.
그 날은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그만둔 학원의 학생이니까, 괜찮은걸까?


금요일.
내 적금이 들어 있는 신협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영업정지 명령을 받았다. 
이상했다. 그 전날, 나는 신협에서 적금담보대출을 받았었다. 신협은 평화로웠다.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날, 신협은 계속 통화가 안 되고, 금융감독원으로 연락해봤다. 
맞단다.
파산시킬 건지, 다른 곳과 합병을 시킬 건지 결정을 내릴 때까지 예금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모든 영업을 멈춘 거니까. 
예금자보호가 되니까 원금과 이자 거의 다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금감원 직원은 귀찮아했다. 
꼼꼼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재수 없었다. 
난, '감사합니다.' 하고 끊었다. 
대출을 미리 받지 않았으면, 적금을 미리 넣지도 못했고, 대출도 못 받았을테니
하루 전 날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을까?


토요일,
사진 강좌 개강일. 한겨레 문화센터에 갔다.
개강일은 3월 27일이라고 했다.
홈페이지에는 3월이지만, 내 메일로는 2월 27일이었다고 했다.
직원이 잘못 갔는가보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원래 나라면, 미리 전화를 해 봤을거다. 어떤 날짜가 맞냐고.
이상하게도, 나는 전화해보지 않았고, 헛걸음질을 했으며, 집으로 돌아와서 급하게 나가느라 못한 청소를 하고
인천에 갔다.


일요일 1.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교회에 가끔 두고 나오기도 하고, 술을 마시다가 놓고 나올 때도 있지만,
길에다 흘린 것은 처음이다.
버스를 타러 가는 도중에 알았고, 교회까지 걸어가며 길을 확인했지만 없었고
교회에 두었나 올라갔지만 거기도 없었다.
엄마 핸드폰으로 내 핸드폰에 전화 걸려고 보니,
잃어버린 내 핸드폰으로 전화가 와 있었다.
전화를 주운 사람은 소방서 앞에서 발견했다고 했다.
홈플러스에 있다고 해서 내가 가기로 했다. 내가 바로 오지 않으면 홈플러스 안 스킨 푸드 매장에 맡긴다고 했다. 
스킨 푸드 매장에는 없었다. 
그 때 알았다. 바로 맡겨달라고 할 걸, 난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데, 바로 맡겨달라고 하지 않았다는 걸.
아니면, 그 넓은 홈플러스 안 어디에서 만날 것인지 파악하지 않았다는 걸. 
고객센터에 부탁해서 전화를 빌렸다. 
2층 실내화 파는 곳에 있다고 했다. 내가 올라간다고 했다. 올라가다가 알았다. 
아, 그 사람이 누군지 어떻게 알지.
올라가 보니, 실내화를 곳곳에서 팔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실내화를 보고 있는 아줌마도 많았다.
다시 전화기를 쓸 곳을 찾았다.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어리버리하게 돌아다니는 나를 아줌마가 알아보았고, 나는 실내화 가판 앞에서 꼼짝않고 서 있는 아줌마를 알아보았다. 동시에.  


일요일2.
홈플러스를 오가다, 선인장을 샀다. 2월에 사서, '이월이'라 이름 지어줬다. 
아줌마한테 핸드폰을 받고 나오다가, 퍼뜩 생각났다. 
선인장을 계산 안 하고 그냥 나온거다. 다시 계산대로 가서 돈을 주고 나왔다. 
자꾸 깜빡깜빡한다.  


불안한 징조들.

동생이 나오고 도둑이 침입한 꿈을 꾼 다음 날, 칼을 갖고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찌르는 사람을 보았고, 밤새 그 사람을 피해 다녔고, 며칠 뒤에는 멀쩡한 형광등이 파바박 꺼지는 꿈을 꾸었고, 기억은 안 나지만 기분 나쁜 몇 가지 꿈을 더 꾸었다.

원래 난, 꿈을 잘 꾸지 않는다.

오늘, 핸드폰 문자들을 정리하다가, 강좌 신청 했더 날,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보낸 문자를 봤다. 그 문자에도 2월 27일이 개강이라고 했다. 

불안한 징조들.
그러니까 좀 난감한 일들과 일상적이지 않은 나의 행동들의 조합.

송구영신 예배에서 뽑은 성경 구절이 자꾸 떠오른다, 기분 나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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