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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주절주절

멍멍이

by 길 위에 있다 2010. 1. 30.

술 마시고 한껏 오른 취기를 가라앉히느라 자전거를 끌고 한강까지 나갔다.
오늘 산 담배는 거의 떨어져 갔고, 며칠 전 해 놨던 밥도 다 먹어버렸기 때문에
슈퍼에 들러 담배 한 갑고, 내일 아침에 먹을 짜파게티, 갑자기 땡겨버린 찹쌀떡 한 봉지를 사서 나왔다.

자전거를 타려고 하는데, 옆에 멍멍이가 한 마리 와서 섰다.
그렇게 불쌍하게 생긴 멍멍이는 처음 봤다.
지저분했고, 못 생겼고, 게다가 억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지도 못하고, 흐음... 어쩌지... 계속 멍멍이를 바라봤다.
멍멍이는 내 옆에서 떠나지 않았다. 계속 축 처진 눈으로 날 바라봤다.
흡사... 학교 다닐 때 인문대 자판기 커피 앞에서 지나가는 선후배 및 동기들에게 "백원 만..." 하던 나의 표정 같기도 했다.
난 보지 못했지만, 증언을 종합해 볼 때 그렇다는 것.

자전거에 올라 타고 서서히 움직였다. 멍멍이는 종종종, 억울한 표정으로 날 따라오다가 골목길에서 꺾어지는 날 외면하고 딴 길로 사라졌다.
한참을 녀석이 사라진 길을 바라보다가, 그냥 집에 왔다.

난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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