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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

자전거도 걸어갈 줄 안다고.

by 길 위에 있다 2010. 5. 11.


출판사 마감이었다. 한 시간 반 자고 일했다.
짐을 얼렁 싸고, 사무실 가서 원고 보내고, 도서관에 책상과 의자가 왔길래 비닐 벗기며 수다 떨다가
남부 터미널로 갔다.

이런.....
환승하는데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건, 고역이었다.
벌써 지쳤다.

임실에서 강진. 다시 강진에서 운암 삼거리까지.
왜왜왜 여기로 왔을까. 운암에서 강을 타려고 했던 건데, 나중에 안 거지만 여기서는 내가 원하는 길을 갈 수 없었다. 아니 너무 돌아가는 길이었다. 
암튼 강진에서 운암으로 오는 버스는 이미 끊겼고, 자전거를 타야했다. 젠장, 오르막이었다. 게다가 버스에서 시달린 자전거는 체인이 빠져버렸다. 앗, 긴급수리. 자전거 수리점 낼까봐.

평지도 마찬가지였다. 바람이 엄청 불고, 가방은 무거우니 자전거는

걸어갔다.

국도는 깜깜했다.
내리막이 나와서 우와~ 하고 달리는데, 산의 밤은 새까맸다.

운암 팻말을 보고 반가워서 달리다가, 파출소가 보여서 들어갔다 .

"운암 삼거리까지는 얼마나 더 가야해요?"

2분이라고 말한 경찰 아저씨는, 자동차 기준이랬다. 새까만 밤길을 자전거 끌고 갈 아가씨가 답답했던 경찰 아저씨는
민중의 지팡이답게, 길 안내를 해주는 것도 모자라 운암 삼거리까지 나를 태워주었다.

"밤에는 타지 마요."

운암 삼거리의 편의점에서 사발면을 먹었다.
난 재작년에도 여기 왔었고, 그 편의점에서 사발면을 먹었으며 운암대교와 그 아래를 흐르는 섬진강이 보이는 하얀집 모텔에서 잤다.

아저씨한테 인사하고, 재작년에도 왔다고 했더니 아저씨 친구들이 편의점 아저씨가 인기 많다고 푸하하하 웃었다.

내년에도 또 와요, 라는 인삿말을 듣고, 이번에는 인터넷이 되는 그 옆의 리버사이드 모텔에 들어왔다.

그리고 3시간 동안 지도를 만들었다. 지나가는 길 이름과 국도 이름, 동네 이름을 적고 못 알아먹을 것 같은 곳은
그림을 그렸다. 그러니 더 못 알아보겠더라. 뭔 소리인지. 어디로 가라는 건지.


너무 준비를 안 했어.

지도도 없고,
너무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이삿짐 사이에서 가벼운 잠바를 못찾아 어제 입던 겉옷을 그냥 입고 와버렸고
그래서 걸리적 거리고.
사진기는 그냥 들고 있을 걸, 괜히 가방에 담아와서 옆구리에서 걸리적 거리는 사진기 가방도 짐이 되어 버렸고.
가방이 무거워서 그런지 자전거 속도도 더 안 나고.

그래서 일단, 전체 일정은 좀 포기.


내일은 자전거가 좀 달려 주셨으면.

기상청은 뻥쟁이. 비, 하나도 안 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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