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나이트 페트라 이야기
낮에 기를 쓰고 정상까지 올란 간 후 겁나 지쳐서 숙소로 돌아와서 잠깐 쉬고
나이트 페트라에 갔다.
나이트 페트라는 굳이 가고 싶지 않았는데, 어찌 내려가는 날이 딱 나이트페트라 하는 날. 매일 하는 것은 아니고, 일요일, 화요일, 목요일? 정확하지는 않은데, 내가 간 날이 목요일이고 이날 나이트 페트라가 있었으니 목요일은 정확함.
꽤 입소문이 나 있는데, 밤에 시끄 전부터 알카즈네까지 길에 촛불을 밝히고, 알카즈네 앞에 빼곡히 초를 밝히고 베두인들이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차도 나눠 준다고 하고.
나이트 페트라는 낮 페트라 입장료와 별도로 표를 구입해야 하는데, 20... 제이디였나... 가물가물 기억이 안남.
8시 반에 입장해서 10시 반 정도에 끝난다고 보면 된다.
일단 알카즈네까지 왔다갔다 하는 데 한 시간 정도가 넘게 걸리고, 알카즈네 앞에서 공연을 보는 데 그만큼 시간이 소요되니.
숙소 중에 나이트 페트라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있고 내가 묵었던 곳에서도 구매해 줬지만, 낮에는 아직 결정을 못 했던 상황이라 생각해 보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밤에 구입하려고 하니 미리 예매를 했어야 하는 거라고.
하지만 숙소에서 알려 준 여행사 사무실 같은 곳에서 구입할 수가 있었는데, 페트라 입구에서 와디 무사로 올라가는 길에 팰리스 호텔인가? 그 옆 여행사 사무실 같은 곳에서 나이트 페트라 티켓 구입이 가능하다. 8시 30분에 나이트 페트라가 시작이니 8시 정도까지는 구매가 가능할 듯.
시간이 남아서, 천천히 숙소부터 걸어 내려옴. 저 멀리 와디 무사, 저 위에 숙소가 있다.
표를 구입하고도 시간이 남아서, 오케, 처음으로 페트라 가는 길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봤다.
사실 그 앞에서 알짱대니, 건물 입구에 서 있던 직원이 자꾸 쳐다보며 올라 갔다가 가라는 눈빛을 보냈다. 언뜻 건물 밖에서 보면, 맨 위층이 모두 유리창이라 저기서 보면 와디무사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기도 했고, 근데 밥 먹을 생각은 없었고 고민하던 찰나.
직원에게, 난 차만 마실 거야, 괜찮아? 물어보고
친절한 직원이 그럼, 괜찮아, 하며 나를 안내했다.
아주 음침하게 생긴, 공사 중인 듯한 계단을 구비구비 올라가면서
직원, 이름이 뭐랬나... 아흐마드랬나... 직원과 이야기를 하면서 카페에 도착했다. 아주 전통적인 방식으로, 바닥에 카페트 깔고 앉아서 차도 마시고, 밥도 먹는 곳.
주인과 주인의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아흐마드와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지금은 기억이 안 나지만, 늘 그렇듯 너는 어디서 왔니, 아랍어 공부하니 뭐 이런 이야기였던 듯.
다음 날 일찍 암만에 돌아갔으면 해서 암만 가는 버스 몇 시에 있는지 이런 거를 물어보다가, 아흐마드가 자기가 알아봐 주겠다며, 버스가 없어서 암만 가는 사람 차를 얻어 타고 가면 된다고 해서 내 전화번호를 주었다.
나이트 페트라 끝나고 나오는 길, 아흐마드는 차가 없다며 전화를 했고, 오후에 암만에 갈 거면 카페에 들렀다 가라고 했다. 결국 그 다음 날 버스 전까지 시간이 남아 카페에 들렀는데 아흐마드는 없었고.
(암만에 돌아 온 뒤, 아흐마드는 왜 오전에 안 왔냐고, 자기는 수업이 있어서 오후에는 카페에 없었다고. 살뜨가 집인 아흐마드는 암만에 가끔 온다고 함 보자고 했다. 하지만 뭐.)
페트라에 들어서서. 시끄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도 촛불이 놓인다.
시끄 들어가기 직전.
알 카즈네 도착. 알 카즈네 바로 앞의 터가 모두 촛불로 가득하다. 그리고 촛불 맨 끄트머리에 길게 방석 비스무레한 게 깔림. 늦게 도착하여 거기 못 앉고 땅바닥에 앉았는데, 낙타나 당나귀 똥 위에 앉은 건 아닐까, 라고 생각함.
알카즈네 앞에서 겁나 좋아 보이는 카메라로 노출 조절해가며 알카즈네까지 한번에 잡는 사람들을 보고, 아, 나도! 라고 생각하고 시도하려는 찰나, 카메라, 방.전.
공연이 끝날 무렵, 아, 공연 영상도 찍었는데, 모두 맛 살라마. 조명을 팡팡 알카즈네에 쏴 줌. 핸드폰 카메라로 간신히 건짐.
공연은 대략, 40분 정도? 라바바나 이름을 까먹은 피리 연주가 있고, 베두 아저씨가 나와서 "상상해 보세요!" 뭐시기 뭐시기 한참 얘기하신다. 영어로 얘기하니 아랍어를 못 해도 구경하는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나처럼 영어 젬병인 인간은 뭐... 그냥... 구경.
음.... 낮에 페트라 등산하고 밤에 또 가는 것은 체력적으로 좀 힘들다.... 늙어서....?
숙소에서 나와서 암만 가는 버스를 타러 다시 내려감. 차가 많지만, 갈 때마다 저 길이 좋더라.
저 멀리는 페트라, 저 옆에는 언덕 위에 집. 사람이 살았던 데, 사람이 사는 데.
낮에 다시 간 카페. 전날 밤처럼 느긋하게 앉아 있기에는 점심 때라 사람이 많았다. 근데, 매가 있었다.
카페에서 느긋하게 있을 수 없는 분위기라 커피 한 잔 마시고 일어났다.
페트라 주차장에서 암만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직 더 있어야 한다면서 매점 주인이 매점 옆의 의자에 앉아 있으라고 나를 불렀다. 또 늘 하던데로, 어디에서 왔니? 남한, 북한? 뭐 이런 거를 얘기하다가
매점 주인이 이집트 사람이라길래, 와, 나 이번 달 말에 이집트 가요. 비자 연장해야 해서 가요.
근데 걱정인데, 난 푸스하밖에 모르고, 암미야도 요르단 암미야 좀 아는데, 이집트에서는 안 통하지 않을까요?
내 말을 이해할라나, 이집트에서??
매점 아저씨, 괜찮아 다 이해해. 뭐시기 뭐시기.
그렇게 아저씨와 담소를 나누며 버스를 기다리고, 버스가 와서 암만으로.
근데.... 아, 빨랑 안 써서 대화가 기억이 안 나네... 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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