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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주절주절28

절개, 치료의 과정 intro 수술의 첫번째 규칙은 노출을 제한하는 것이다. 손을 청결히 하고 절개를 작게하여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다. 수술의 두번째 규칙은 첫번째 규칙이 더 이상 성립되지 않을 때 다른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때로 부상이 너무 심해 절개 부위가 넓어질 땐 노출 부위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outro 수술에서는 치료의 과정은 절개로부터 시작된다. 절개는, 살을 찢어내는 것이다. 아픈 곳을 드러내기 위해서 건강한 부분에 생채기를 내야 한다. 잔인하게 느껴지고 상식에 어긋나는 것 같지만 효과는 있다. 치료를 위해 노출이란 위험을 감수한다. 그리고 모든 게 끝나고 나면, 절개 부위를 닫고 기다린다. 기다리면서 환자가 낫기만을 바란다. 사실은 모든 걸 더 나쁘게 만든 게 아니길 바라면서. grey's ant.. 2010. 2. 12.
멍멍이 술 마시고 한껏 오른 취기를 가라앉히느라 자전거를 끌고 한강까지 나갔다. 오늘 산 담배는 거의 떨어져 갔고, 며칠 전 해 놨던 밥도 다 먹어버렸기 때문에 슈퍼에 들러 담배 한 갑고, 내일 아침에 먹을 짜파게티, 갑자기 땡겨버린 찹쌀떡 한 봉지를 사서 나왔다. 자전거를 타려고 하는데, 옆에 멍멍이가 한 마리 와서 섰다. 그렇게 불쌍하게 생긴 멍멍이는 처음 봤다. 지저분했고, 못 생겼고, 게다가 억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지도 못하고, 흐음... 어쩌지... 계속 멍멍이를 바라봤다. 멍멍이는 내 옆에서 떠나지 않았다. 계속 축 처진 눈으로 날 바라봤다. 흡사... 학교 다닐 때 인문대 자판기 커피 앞에서 지나가는 선후배 및 동기들에게 "백원 만..." 하던 나의 표정 같기도 했다. 난 보지 못했.. 2010. 1. 30.
중간 일기 1. 되살림 가게에서 두루를 받았는데, 5천 두루라고 해서 '와, 대박이야!' 혼잣속으로 좋아했는데 뭘하지, 뭘하지. 감자탕 사먹을까, 두근두근 했는데 나와서 두루를 확인해보니 종이에 자그마하게 써있던 게 '되살림 가게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되어 있었고 혼잣속으로 다시 조용히 '젠장. 언제, 뭘 사서 쓰냐...' 2. 파마한 지 한 달 만에, 점점 산발이 되어 가는 머리를 참다 못해, 마침 이벤트 기간이라며 7천원에 잘라 주는 미용실을 찾아 갔는데 프로페셔널하지 못하게, 1센티를 자를까요, 1.5센티를 자를까요 물어보더니 머리카락을 다 자르고는 드라이로 쫙쫙 머리를 피면 파마한 지 한 달 만에 머리카락이 부스스하게 풀려버릴 거 아니냐고. 아, 썅. 2010. 1. 25.
길바닥이 니보고 뭐라드나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의 스케이트장을 철거하고 잔디밭을 조성한다는 다음 기사의 댓글 중 하나. 물론 '오잔디'라든지, '선거 때'라든지 재밌는 댓글 많았는데, 저 제목 보고 팡 터졌다. 댓글의 요지는 이것. '개울, 길바닥 그만 파둥겨라. 멀쩡한걸 엎고 뒤집고.' 압권은 역시 제목. 길바닥이 니보고 뭐라드나 참, 요즘 남산에 실개천을 만들고 있다네. 2010.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