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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 사각지대

by 길 위에 있다 2010. 4. 21.


<The Blind Side, 2009>

블라인드 사이드는 미식 축구 용어로 '사각 지대'라는 뜻이다. 쿼터백이 다가오는 위험을 잘 감지하지 못하는, 위험의 잘 안 보이는 쪽을 가리키는 용어란다. 
그래서 쿼터백을 보좌해주는 어떤 선수가 필요하다. 영화가 시작할 때, 산드라 블록의 내레이션으로 언급되는 역할. 미식축구 용어라서 잘 기억은 안 난다만.

사각 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 영화에서는 마이클이 그런 인물이다. 공간 지각력 등이 5%로 되지 않는, 늦된 18살 덩치 큰 '소년'은 98%의 보호 본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어떠한 보호 안에 놓여 본 적이 있는 아이다.
도대체 '아이'나 '소년'으로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의 덩치를 자랑하는 흑인 소년 마이클의 보호자와 가족이 되기로 자처한 이들은 백인의 상류층 가족이다.  멤피스에서 살면서 단 한 번도 아랫 동네(흑인 빈민가)에 내려가 본 적이 없는 리 앤은 쌀쌀한 날씨에 반팔만 입고 돌아다니는 마이클을 재워 주고 먹여 주고 입혀 주고, 나중에는 보호자가 된다.
그리고 재빠른 몸놀림과 큰 덩치를 무기로 마이클은 미식 축구 선수로 이름을 날린다.
그렇다. 해피 엔딩이다. 영화의 엔딩에서 실제 마이클과 리 앤 가족의 화기 애애한 사진들은 실제로 그들이 '해피'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재밌기는 했지만, 그다지 임팩트가 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놀란 것은, 리 앤을 비롯한 이 가족들의 모습이었다.
처음 마이클을 재우며, 뭘 훔쳐가면 어쩌지, 라고 약간의 걱정을 하던 리 앤도 갈 곳 없는 마이클을 거두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리 앤의 그러한 결정을 가족들은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이고. 
미국 사회의, 백인이며, 상류층인, 게다가 아마도 공화당원일(후반부에 마이클의 과외 선생이 민주당원이라며 고백하자, 남편인 션이 말한다. "졸지에 흑인 아들에 민주당원까지....") 이 부부와 그들의 아이들은 마약 중독자 엄마에 아빠는 누군지도 모르는 흑인 빈민가 아이를 '그냥' 받아들인다. 

'그냥' 이라는 표현 밖에 쓸 수 없다. 
물론 이 아이가 세상의 끔찍한 모습에 눈 감는 법을 배우며 자란, '공격'하지 못해서 미식 축구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그런 아이였긴 하다. 
하지만 그런 아이였더라도,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한 집에 사는 것이 조금은 불편할지라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며, 그에게 자신들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가족'이 되어주려는 가족이었다. 그 아이의 사각 지대에서 보호막이 되고자 한다. 

마이클을 돌보면서 자신이 행복을 느낀다고, 만족한다고 말하는 리 앤의 모습은 지극히 솔직하다. 자신의 욕심으로 마이클을 원하는 학교에 보내려고 했던 건 아닌지, 미식 축구를 정말로 하고 싶은 건지 물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잘못을 인정하는 것(사실 점점 화가 나고 있었다. 왜 물어보지 않는지.)도 솔직하다. 
그리고 마이클을 돌보면서, 마이클처럼 사각 지대에 놓여있다가 보호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은 한 흑인 청년의 이야기를 하며, '우리들의 마이클'은 그렇게 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대의를 따르며 정의를 찾는, 사회 전체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그런 사람들은 아니지만,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을 보살피고 싶은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응하는 사람들이다.

편견이 없는 사람들이, 솔직한 사람들이 강하다. 
   
영화랑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일 듯 하지만, 게다가 보는 내내 불편한 점도 있는 뭐, 그런 영화였지만, 이 가족이 참말로 인상적이었다.

그나저나 요즘은 영화도 잘 못 보는데, 간신히 골라 보는 영화들이 왜 이렇게 임패트가 없냐.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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