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콘파스
콘파스가 오기 전 날.
나한테는 구시렁과 신세 한탄을 동반한 저렴한 수다질이 잠깐 왔다 갔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커서, 그 수다질이 테이블을 살짝 한 번 휘돌고 사라진 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그날의 감정과 수다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며
자학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바람 소리가 무서웠다. 창문을 열어 두었는지 알고 베란다로 나가보니
창문은 꼭꼭 닫혀 있었다.
창문이 그렇게 깨져 버릴 것 같았다.
문을 열어 밖을 봤다.
아.
구름이 다다다다
달려오고 있었다.
아아아
구름이 뭉실뭉실 커지면서, 작아지면서
쉴새없이 변하면서 내 머리 위를 지나갔다.
또 한 없이 밖이 궁금해서 나가봤다.
찢어진 플랜카드가 전신주 위에 걸려 있었고
오토바이가 쓰러져 있었고
각종 종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들, 그리고 나뭇잎들이 바람을 등에 업고 백미터 선수처럼 달려갔다.
누구네의 지붕에서 날아 온 기왓장 '같이' 생긴 물건은 내 오른쪽 발 옆으로 떨어졌다. 놀랐다.
그러니까.... 영화 <28일 후>의 한 장면 같았다.
어어어어어
멍을 한참 때리며
새벽 여섯 시, 집 앞 사거리에 서 있었다.
계속 풀 냄새가 났다.
2. 말로
이번에는 '말로'다.
염이 자랑스러워하는 선배 '말로'. 친하다고 하는 '말로'
지난 번에는 너무 무서웠어요.
이번에는 잘 좀 부탁해요.
옥상의 배추와 쪽파들이 남아나질 않겠어요.
말로 - 봄날은 간다. (with 전제덕)
말로 - 벚꽃지다 (with 전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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