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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르, غدير

또, 휴일 어느 날

by 길 위에 있다 2015. 12. 31.

날씨가 아주 좋은 날이었고, 너무 좋아서 기분이 싱숭해진 내가 사진을 찍어서 진에게 보내며 구라의 의도는 아니었는데 정작 구라와 뻥이 되어버린 한 마디를 남겼다.


흡사 그리스인듯?


가 본 적도 없는, 사진으로 본 그리스인 듯 파란 하늘에 하얀 집들이 가득했다. 


저녁에 삽결살에 맥주를 한 잔 하기로 해서 장을 보고 들어왔는데, 햇볕과 따뜻한 옥상을 그냥 내버려두기에 너무 아쉬웠다.

옥상에서 나뒹구는 테이블을 놓고 공부를 하기로 했다. 

두 시가 넘어가자 해가 멀리 멀리 가 버리고 그림자만 지니까 추웠다. 결국 밖에서 간신히 한 시간을 넘기고 들어왔다. 

집은 더 추웠다. 난로를 피웠다. 뭔놈의 동네가 밖보다 집안이 더 춥다.


크리스마스였고, 저녁에 몇몇 사람들이 왔고, 같이 삼겹살을 구워먹고 맥주를 마셨다.

난 맥주를 한짝을 샀고, 사람들에게 팔았다. 

다음 날, 한달 쓴 돈을 계산했는데, 과외비랑 집값을 빼고, 술값이 가장 많았다.

당연하겠지. 엄청 나를 한심하게 여기다가 깨달았다. 그 술값, 한국에서는 이런 저런 사람들과 만나서 한잔으로 안 끝나는 술을 마시면 

금방 끝나는 돈이라는 걸. 


늘 생각하는 거지만, 술을 끊으면 진작에 서울 어디 즈음에 집 한채를 장만했을 거다.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