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설

제목도 못 달겠다. 고민했다. 포기했다.

by 길 위에 있다 2010. 6. 23.





아, 정말. 기가 막히지 않는가.
10만명이 몰려왔다고 하고, '부시! 부시!'를 연호했다고 하고, MB가 축하 영상을 보내왔다고 한다. 피스몹에 참여한 사람은 '사탄의 자식들'이라고 욕을 먹기도 했고, 그 사탄의 자식들 몇은 전날부터 피스몹에 쓸 물품을 사무실 옥상 땡볕에서 만들며 피스몹이 잘 끝날 지 걱정했다.  

물론 잘 끝나지 않았고, 해산 당했으며, 몇몇 사탄의 자식들은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궁금하여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 그 이야기를 전화로 듣던 나도, 진심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 자리에 온 사람들은 도대체 뭔 생각인지 궁금했다.

집에 돌어 와 기사를 보면서 기겁했다. 10만 명. 정신 나간 사람이 10만명이나 되는가?!  (이렇게 단호하게 얘기할 수 있다. 정신이 나갔다.)  그 10만 명에 열혈 신자인 울 엄마가 안 낀 게 다행이며(열혈 신자 울 엄마도, 부시 초청 얘기했더니 어처구니 없어 하더라.) 아래 기사 댓글에서, 그래도,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았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초청 가수 박종호. 소향. CCM계의 수퍼스타. 열혈 신자였던 중딩 란은 박종호의 노래를 좋아했고, 소향이 등장했을 무렵에는 더 이상 CCM을 듣고 있지 않았다.
더 이상 기도라는 걸 제대로 하지 않는 나도, 경기장 밖에서 이루어진 기도회에 있었다면, 진심을 다해 기도했을지 모른다. 부시가 수치심을 좀 알기를 바라며, 부시가 개념을 좀 갖기를 바라며, 그 자리에 모인 10만 명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를 바라며, '평화'를 함부로 대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했을지 모른다.   
기사의 맨 마지막, 길바닥에 주저 앉아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간만에 기독인으로서의 잊혀진 감수성이 잠깐, 팍, 샘솟았다.


+++++++++++

부시 초청에 반대한 기독인 퍼포먼스
경찰 '미신고 불법 집회'라며 저지···시민들은 다양한 반응 보여


6월 22일 오후 4시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북문에 사람들이 눕기 시작했다. 누운 사람들 중 어떤 이는 몸에 붕대를 감았다. 한 여성은 피눈물을 흘리는 화장을 했다. 아랍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과 임산부를 표현한 사람도 있었다. 손을 꼭 잡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도 광장에 누웠다. 부시 초청 평화 기도회에 반대하는 기독인들과 평화 활동가들이 이미 예고한 '다이 인 피스 몹'(Die In Peace Mob) 행사였다.

   
 
  ▲ 부시 초청 평화 기도회에 반대하는 기독인과 평화 활동가들이 '다이 인 피스몹'을 6월 22일 오후 4시경 서울월드컵경기장 북문에서 했다. ⓒ뉴스앤조이 이기철  
 
길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으로 죽은 민간인을 표현했다. 이들 곁에는 반전·평화 메시지와 부시를 초청한 평화 기도회에 반대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이라크를 지옥으로 만든 살인자 부시 환영합니다. 당신이 한국의 평화를 위해 간증하러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밥이 안 넘어갔습니다."

"한국교회는 부시에 반대한다.(Korean Church Says No to Bush!)"

이외에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배급이 중단된 북한 동포를 살려야 합니다", "전쟁 반대, 부시 반대(No War, No Bush!)", "♡(사랑)할 수 있는데 왜 전쟁하십니까?", "'눈에는 눈으로'라는 말은 전 세계를 장님으로 만든다('An Eye for An Eye' Makes Whole World Blind.)", "부끄러운 줄 알라, 부시(Shame On You, Bush!)" 등의 문구가 있었다.

한 활동가는 쓰러진 사람 하나하나에 헌화하며 전쟁 통에 죽은 민간인 희생자를 애도했다.

   
 
  ▲ 퍼포먼스 5분만에 출발한 경찰은 '미신고 불법 집회'라며 해산을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이기철  
 
하지만 피스몹은 5분도 지나지 않아 경찰의 제재를 받았다.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퍼포먼스 주위에 둥글게 진을 친 경찰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피스몹에 참가한 기독인들은 "정치 집회가 아닌 종교 집회다. 종교 집회는 신고할 필요가 없지 않냐"며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경찰 간부는 즉각 해산을 요구했다.

계속되는 경고에 기독인들은 피스몹을 중단하고 기도를 시작했다. 60여 명은 북문 앞 광장에 둥글게 앉아 1명씩 돌아가며 기도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기도가 아닌 정치 구호를 외친다며 거듭 해산을 요구했다. 결국 평화 활동가들은 오후 5시 15분경에 자진 해산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사람들 반응은 다양했다. 경찰의 제지를 뚫고 들어와 사진 촬영까지 한 여성은 "부시를 초청해 평화 간증을 듣는 한국교회도, 피스몹 행사를 가로막는 경찰들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근처 공원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20대 연인은 "평화 기도회에 부시가 온다는 사실을 피스몹을 보고 알았다. 웃음밖에 안 나온다"고 했다.

긍정적인 평가만 있지는 않았다. 지나가던 한 여성은 "기도회에 반대하는 사탄의 무리들"이라며 피스몹 참여자들을 향해 손가락질했고, 어떤 이는 '친북 빨갱이들'이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경기장 내 영화관에서 마주친 한 여성은 "부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평화 기도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한국교회 어른들이 결정한 일 아닌가. (평신도보다) 나은 분들이 잘 결정했을 것"이라고 했다.

   
 
  ▲ 기독인들은 북문 앞 광장에 앉아 기도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기철


출처: http://www.newsnjo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495


'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일치의 세계  (0) 2010.06.29
[퍼옴] 일할 때 거북이로 변하는 란  (4) 2010.06.25
0621 이 정도 하루  (8) 2010.06.22
돌아가는 꼴  (4) 2010.06.16
우리동네 옆 동네, 화양연화  (8) 2010.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