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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우리동네 옆 동네, 화양연화

by 길 위에 있다 2010. 6. 8.

우리 동네, 아닌 옆 동네, 성산동.
성미산 마을 축제 중이고, 가수 시와가 밥집에 와서 노래 한다길래 염과 란과 햄이 나들이.

부끄럽게 웃으며 노래를 하다가, '하늘공원'을 마지막으로 공연을 끝내는데, 염이 앵콜을 외치며 부끄럽게 '화양연화'를 중얼거렸다. 역시 '화양연화'를 듣고 싶었던 란이 용기 내어, 수줍게, '화양연화!'요 했다.

"아, 화양연화를 아시는 분이 있네요..."

시와 공연을 가며 시디를 안 챙겨간 란은 또 사인을 못 받았지만, 뭐 그닥 상관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데, 공연 보러 온 아주머니의 아들이 내 주위를 맴돌며,
왜 담배를 피우냐고 했다. 아.. 글쎄....
망원동 산다길래, 나도 망원동 산다고 하니까 자꾸 담배를 보여달라고 한다. 같이 망원동 사니까. ㅋㅋ

꼬마는 유수지 쪽에 산다길래, 나 한강에 자전거 갖고 자주 가니까 만나자고 했다. 하지만 무시당했다. 결국 이름도 안알려주고 꼬마는 사라졌다.

꼬마가 물었다.

"성미산을 왜 지켜?"
"나무가 있잖아."
"나무가 있으면 산불 나잖아."
"안 나게 조심해야지~."

아, 홍대 재단에서, 성미산을 깎아서 홍익 초,중,고를 이전하기로 결정이 났다,  참, 의심스러운 갖가지 이유, 돈 냄새 나는 이유로. 그래서 분위기가 좀 어수선하다. 서명도 받고, 우체국 앞에서는 촛불집회도 한단다. 동네 사람으로 부끄럽게 아직 한 번도 못 나가봤지만...  성미산은 몇 년 전에도 배수지 공사와 아파트 건설로 사라질 뻔했다가 간신히 주민들이 막아낸 적이 있는 산이다.
산이라고 할 것도 없어 보이는, 우리 집에서 걸어가는 것보다 성미산 입구에서 정상 올라가는 게 더 짧을 정도로 나즈막한 언덕이다. 하지만 정상에 올라가면, 저멀리 한강이 보이고, 또 저멀리는 백련산과 인왕산을 곁에 두며 친구 먹는, 마을 뒷산이다. 

이제 서울에서는, 왠만하면 보기 힘든, '우리 동네 뒷산'이다. 그런데 자꾸 이렇게 무시하면, 정상에 서 있는 장승 어른들이 화를 낼텐데...




<2010년 2월 콜트콜텍 수요문화제 >
'화양연화' 라이브 영상 중, 이게 가장 좋아서 한참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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