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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변화'의 예의

by 길 위에 있다 2010. 7. 19.


그러니까, 이놈의 학교는 늘 공사 중이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도 그랬고, 졸업하고 가끔 가보면 늘 뭔가가 변해 있었다.
학교 다닐 때는, 오붓하게 세미나 한 후 술 한 잔 걸치던 학군단 잔디가 밀리고 무슨 법 뭐시기 하는 건물이 들어섰는데, 난 거기서 뭘 해 본 기억이 없다.
졸업하고 갔더니 원형 잔디는 꽃밭이 되어서 원예 시장 같았고, 정문의 벽은 사라져서 열린 학교처럼 보였지만 대자보 한 장 붙일 공간은 없었으며, 휘황찬란한 분수들(폭포?)이 반짝거렸다.  
오붓하게 모여 앉아 햇빛을 쪼이며 담배를 피우거나, 또는 오붓하게 모여 앉아 비를 피하며 담배를 피우던 채플관이 없어지고, 당연히 때가 꼬질꼬질하던 과방도 사라졌다.
역시 새로 만들어졌다던 과방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다. 

오늘 간만에 학교 앞까지 갔지만, 학교에는 들어가보지 않고 떠났다. 사실 들어가서 커피 한 잔 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여차저차해서 먼저 자리를 뜬 것이었고, 친구들은 학교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 하고 나왔다고 했다. 그러니까 거부감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단지 '변화'가 있을 뿐이다.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학교 앞에서 만나면 학교 안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즐겼는데, 이제는 그닥 '들어가 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들어가고 싶지 않아.'가 아닌, 굳이 '들어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아닐 뿐인데, 이건 큰 변화다.
재학생들에게는 지금의 학교가 그들의 학교로 기억에 남아 있을테고 거기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광택이 나는 최첨단 건물이 즐비한 학교는, 적어도 내가 다닌 학교가 아니었다. 

지금의 학교가, 작고 손때가 꼬질꼬질한, 내 앞서 학교에 다녔던 선배들의 기억까지 올망졸망 남아있던 그 학교인지 모르겠다.

변화가 모두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어떤 건축가가 그랬나. 서울시의 건설 행정에는 철학이 없다고.

철학만 없겠는가.

서울도 그렇고, 이 땅도 그렇고, 학교도 그렇고, 지금의 변화에는 추억과 기억에 대한 예의가 없다.





홈플러스, 숭실대 캠퍼스에 들어선다


교육·문화복지센터 지어주고 지하 5개층 27년간 무상임차
서강대 '입점 무산' 경험있어 인·허가와 주민 설득이 관건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서울 동작구 상도동 숭실대 캠퍼스에 들어선다.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가 숭실대에 대형 교육 · 문화시설을 지어 기증하고 건물 일부를 임차해 대형마트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홈플러스가 계획대로 입점하면 국내 대학 캠퍼스 안에 들어서는 첫번째 대형 유통시설이자 서울 관악 · 동작구의 '대형마트 1호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테스코와 숭실대,서희건설은 최근 숭실대 베어드홀에서 '숭실대 교육 · 문화복지센터 민간투자 시설 사업 실시협약'을 맺었다.

이 복지센터는 민간 투자유치(BTO · 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을 통해 내년 9월 착공돼 2014년 2월 완공 예정이다. 삼성테스코가 사업 시행을,서희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숭실대 정문 인근인 문화관과 고전압실험실,경상관,테니스장 부지 일대에 지하 5층,지상 11층(연면적 7만2783㎡) 규모로 건립된다. 건물에는 강의실과 연구실,세미나실,평생교육원,대공연장 등의 교육 · 문화시설과 대형서점,피트니스센터,푸드코트,대형마트 등의 상업시설이 들어선다.


삼성테스코는 지하 5개층을 2041년까지 27년간 무상 임차해 사용하는 조건으로,1000억원 규모의 건축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지하 1~2층은 홈플러스 매장과 지역 주민 대상의 문화센터로 운영하고,지하 3~5층은 홈플러스 전용 지하주차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지상층의 관리 및 운영은 숭실대가 맡는다. 숭실대는 학생과 지역 주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복지센터 안에 지하철 7호선 숭실대역 출입구의 이전 설치도 추진할 방침이다. 숭실대 관계자는 "복지센터가 들어설 경상관,문화관 등은 가장 오래되고 낙후된 시설로 재건축해야 할 시점"이라며 "학생에게 더 좋은 교육여건을 제공하고 지역 주민과의 소통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테스코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유통업계 처음으로 인구 밀집지역인 관악 · 동작구에서 대형마트 사업을 하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대형마트들은 이 지역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해 점포를 내지 못했다. 삼성테스코 관계자는 "이 지역 주민들이 대형마트에 가려면 용산이나 구로까지 가야 한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주민들에게 쇼핑 편의성을 제공하고 문화센터 등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의 구심점이 되는 점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숭실대와 삼성테스코 측은 이번 프로젝트가 현실화하려면 교통영향평가나 인 · 허가 등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하고 학생 · 주민 대상의 설득 작업도 남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홈플러스가 같은 방식으로 서강대 캠퍼스에 입점하려 했으나 일부 학생과 교수들의 반대,주변 상인들의 반발 등으로 인 · 허가가 지연되면서 무산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테스코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홈플러스 매장 출입은 캠퍼스를 거치지 않는 외부 출입구와 주차시설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면학 분위기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 · 허가만 나면 사업 추진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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