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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동화 생각하는 시기

by 길 위에 있다 2010. 7. 17.


[근황]

출판사 일이 다, 끝났다. 그리고 어제 마지막 원고를 발송하자 마자, 또 추가 원고 발주를 받았다. 누군가가 꽝을 냈단다.
아주 조금이라 부담도 없고, 왠지, 이번에는 꼭 마감을 지켜보자는 의욕이 샘솟았지만,
난, 놀고 싶었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고, 늦잠을 잤다. 그리고 학원에 연달아 이틀 지각을 했다.

그 와중에 '쉿! 그녀에겐 비밀이에요-피쉬 스토리-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와 사이사이 내가 사랑하는 '보노보노' 투니버스 판을 상영하는, 막강 라인업을 자랑하는 영화제를 했다.

영화제 제목은 '무진의 마감기념 영화 파티'였지만 마감을 끝내지는 못했었다.




눈사람

오늘 라디오를 들으며 뒤척이는데, 남편이 좋아하는 노래라며 누군가가 신청곡을 보냈다. 
'켈틱우먼'의 노래라고 디제이가 틀어줬다. 그녀들의 현란한 파티복이 자다가도 떠올랐다. 그 아가씨들은 흡사 예전에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진행하던 이소라와 같은 파티복을 입고 노래를 한다.  

노래가 나왔다. 그리고 곧 파티복은 잊혀지고, 하늘을 날아다니던 눈사람이 떠올랐다.

나온 노래는 애니메이션 '스노우맨'의 'Walking In The Air'였다. 


 

Walking In The Air - by Peter Auty (영화 OST에 삽입된 원곡. 좀, 많이 끊김)



우린 공중을 걷고 있어요
우린 달빛 비치는 하늘을 떠다니고 있어요
그리고 우릴 본 모든 사람들이 날아가는 우릴 보고 손을 흔들어요







Walking In The Air -
Celtic Woman (노래 클로에 애그뉴) 




아주아주 뜨거웠던 바그다드에서 아이들에게 이 애니메이션을 보여줬었다. 어땠을까, 아이들은.





라푼젤




'어렸을 적 봤던 동화 중에 무서웠던 것'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다. 
누군가는 아기 돼지 삼형제였고, 알고 보니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떡을 다 뺐긴 엄마를 호랑이가 팔다리 하나씩 잘라 먹어서 몸통만 떼굴떼굴 굴러왔던 거라는 끔찍한 전말도 알게 되었다. 

나는 라푼젤이었다. 
그게 너무 야했다. 머리카락에 대한 세세한 묘사도 그렇거니와, 도대체 양배추 따위에 애를 팔아먹는 아빠도 그랬고, 그 머리카락을 타고 올라온 사내들의 심리도 도무지, 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좀머 씨 이야기>의 코딱지에 대한 세밀한 묘사만큼, <라푼젤>의 탐스러운 머리카락에 대한 묘사는 인상적이었다. 세부적인 내용은 기억 안 나도 그 부분을 읽었을 때 만큼의 감정은 기억이 난다. 두근두근. 

그런 이야기를 나눈 후, 얼마 뒤에, <라푼젤>이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 <Tangled>라는 이름으로 개봉한다는 걸 알게 됐다. 
어머나, 라푼젤을! <라푼젤>이 나에게는 동화책이 아닌 이상, 모든 이야기를 '순진무구한 3세 관람 애니메이션'화 시키는 디즈니는 가당치도 않은 시도를 하는 것이었다. 아님......... 라푼젤도 3세 관람 애니가 되거나. 

그 애니를 보면, 나도, 라푼젤에 대한 느낌이 바뀌게 될까, 아님, 좀, 덜 무서워하게 될까. 

예고편을 보고 알았다. 
아, 더 무서워지겠다!!!!!  이 머리카락, 거의 인공지능이잖아!




Tangled - 2차 티저 예고편
('라푼젤'인데, 게다가 3D라니. 볼 일이 없겠다.)






7월도 중순을 넘어갔다. 2010년의 절반을 '어어어어어~'하다가 보냈다.
그리고 어릴 때 좋아하던, 또는 무서워하던 이야기를 생각하며 놀고 있다가, 
퍼뜩 '뭘 할까' 조바심치며 겁내는, 삼십 대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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