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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끝나지 않는 치과 진료의 역사

by 길 위에 있다 2011. 3. 22.


작년 하반기 내내 치과에 다녔다.
느닷없는 한밤중 폭식을 즐기는 까닭에 충치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꽤 목돈이 나가자 얼떨떨하긴 했다.
사실 '얼떨떨',  보다는 엄청 한탄스럽기만 했지만.

그렇게 몇 달을 다니고도 해결하지 못한 하나 때문에 다시 치과에 갔다.
사랑니다. 어찌된 일인지 전혀 나하고 어울리지도 않는 요놈의 이는 위아래 왼쪽 오른쪽 돌아가면서 고루 생겼고, 그나마 뽑기가 수월한 녀석들을 작년에 빼버렸다.
하지만 잇몸 살이 올라와 이를 덮고 있는 녀석과 그 위의 녀석은 미루다 미루다 5개월만에 오늘 치과에 가서 빼버렸다. 스케일링을 하고 나면 염증이 더 빨리 가라앉는다고 해서 스케일링까지 받았다.

의외로 사랑니는 금방 뽑혔다. 간호사 언니 말대로, 그 병원의 힘센 원장님 덕이었다. 뽑힌 사랑니는 아주 꼼꼼하게 썩었고, 뿌리는 길게 휘어 있었다. 어찌나 내 아구를 힘주어 잡고 있었던지 턱이 얼얼했다.

근데 문제는 사랑니를 뽑기 전의 스케일링이었다. 아, 그 소리.
가는 금속성의, 다 큰 여자아이가 짜증나게 징징대는 그런 소리.
끊임없이, 이잉~~~~~~~, 온 입속을 돌아가며 내는 소리에 환장을 할 정도였다.
예전에도 치료를 받을 때 치과 기계가 내는 소리가 싫었고, 이번에 스케일링을 받겠다고 생각했을 때도 그 소리 때문에 받을까 말까 고민했었다. 받는 와중에도, 다시는 치과 따위는 오지 말아버릴까 보다 했다.

사랑니만 끝나면 다시 올 일 없을꺼야!

하지만 깜빡하고 있었다. 작년 치료들은 큰 덩어리들만 우선 끝낸 것이라는 걸.
그러니까 소소한 녀석들이 남아 있었고, 오늘 간호사는 다시 그걸 확인시켜 줬다.

도대체 이 놈의 치료는 끝이라는 게 있는건지. 살아가는 동안, 이는 계속 썩지 않을까. 열심히 이를 닦으면 그냥 해결되는 일일까.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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