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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르, غدير

휴일 하루

by 길 위에 있다 2015. 12. 12.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난 요리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안 먹으면 배가 고프니까 하는 것뿐.
만일 여기 오자마자 만난 룸메가 대충 먹고 사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생각했던 대로, 대충 끼니를 떼우며, 뭐 그러고 살았을 텐데, 오호라, 오자마자 만난 룸메가 요리를 좋아하고 자주 음식을 했다. 느닷없이 전을 부치고, 닭강정을 하고, 비빔면을 하고. 난 언제나 뭐든 맛있게 먹는 인간이니까, 그렇게 룸메가 '언니 비빔면 먹을래요?'하고 후닥닥 만들고 한국 면과 달라서 맛있지 않을거라며 내 놓으면 완전 맛있다고 먹었다. 또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잘 먹는다, 맛있게. 요리한 사람이 뿌듯함을 느끼게.
그러니까 햄 생각이 나더라고. 요리하는 룸메, 맛있게 먹는 나의 리액션에 뿌듯함을 느끼는 룸메를 보면서.

 

암튼 그 룸메가 지난 주에 한국에 갔다. 4월 즈음에 논문을 마무리하러 잠시 들어오는데, 나와 새 룸메인 그녀의 후배의 끼니를 걱정하면서 떠났다.

그런데 그렇게 밥을 제대로 챙겨 먹는 삶에 익숙해져버렸다.
뭐 한국에서도 밥은 챙겨먹었지만, 엄마가 늘 반찬을 챙겨준거라 그때와는 좀 다르다. 아, 이번 주에는 무슨 반찬을 해 먹지, 국은 뭘 끓이지 뭐 그런 거.
지난 주에는 가지를 볶고, 양파와 호박을 잔뜩 넣은 정체불명의 된장국을 끓였고
오늘은 호박을 볶고, 무생채를 하고, 무와 호박을 또 잔뜩 넣은 정체불병의 된장국을 끓였다. 아, 한 주는 먹을 수 있으려나 생각했지만, 안 될 것 같다.

 

 

 

 

온갖 채소를 썰고, 볶고, 다듬으며, 아마도 유딩용인듯한 아랍어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봤다.
여기 와서 보기 시작한 동영상인데 잘 들리지 않으니까 똑같은 걸 몇 번째 보고 있다.
여전히 잘 들리지 않는데 노래에 나오는 단어만 외우는 바람에 이제는 그 부분에서 따라 부른다. 잣다 잣다티~ 우스라~뭐시기 뭐시기
뭐가 웃겨서 사진을 찍었다.

 

음식 해 놓고 청소하니까 하루가 다 갔다.